MDPS에 대한 오해 - 현대/기아차는 잠기고 지엠차는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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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블로거로부터 시작된 잘못된 정보:

아반떼에 들어간 MDPS는 C-EPS이고,
라프(크루즈)에는 그보다 고가의 R-EPS를 탑재해서 시동이 꺼져도 핸들이 돌아간다?

자동차 관련 블로그 가운데에서는 꽤 유명한 블로그에 이런 얘기가 올라와서 그런지, 이 얘기가 여기저기 죄다 퍼져 나가 이제는 정설처럼 굳어져버린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한국지엠 차종 가운데 우리가 흔히 아는 R-EPS라고 불릴 만한 조향 시스템을 탑재한 차종은 없다.

아, 물론 한국지엠에서는 R-EPS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헷갈리지 않게 일단 용어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자.


EPS는 어시스트 모터의 위치나 동력 전달 방식에 따라서 흔히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1. 스티어링 컬럼에 어시스트 모터가 달린 타입 : EPSc / MDPS C-Type




2. 스티어링 칼럼과는 별개의 피니언 기어에 모터가 달린 타입 : EPSdp / MDPS P-Type

3. Recirculating Ball을 이용해서 스티어링 랙을 구동하는 타입 : EPSapa / MDPS R-Type


한국지엠에서 말하는 R-EPS는 위의 세 가지 가운데 두 번째를 말한다. 인터넷에서는 세 번째 것이라고 착각한 게 많고. 한국지엠에서 용어를 R-EPS라고 하는 바람에 헷갈리기는 하지만, 본 글에서는 그냥 R-EPS = MDPS R-Type이라고 정의토록 하겠다. 헷갈리지 말자.

위에서 예를 든 라프(크루즈)를 비롯해서, 소형차인 아베오, 얼마 전에 출시된 말리부는 물론 준대형 차량인 알페온 역시 R-EPS가 탑재되지 않았다. 사실 R-EPS는 대형차나 상용차 등 steering force가 매우 큰 차량을 위한 조향 시스템인데, 이걸 소형차에 굳이 갖다 쓸 이유가 있을까?

J300 / J305 크루즈 : EPSdp


T300 아베오 : EPSc



VS300 알페온(2.4only, 3.0은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 EPSdp


V300 말리부 : EPSdp



위 그림들을 살펴보면 한국지엠의 크루즈, 말리부, 알페온에 탑재한 것은 P-type의 EPS가 탑재된 것을 알 수 있다. 스티어링 칼럼과 연결된 피니언 기어와는 별도로 피니언 기어를 하나 더 설치하고 거기에 어시스트 모터를 연결한 형태이다.

모터가 연결된 하우징 부분을 보면 원통 모양의 구조물이 있는데, 그 안에는 어시스트 모터로부터 스티어링 랙에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웜기어, 헬리컬 기어, 피니언 기어가 조합되어 있다.


C-EPS는 여기에서 피니언 기어가 스티어링 칼럼으로 대체만 된 것일 뿐, 사실상 C-EPS나 P-EPS는 동작 방식이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단지 모터의 출력(≒ 모터의 부피)에 따라 설치 방법을 달리 한 것일 뿐.

뭐? 모터의 웜기어가 칼럼이 아니라 랙에 연결이 돼 있어서 모터가 정지해도 핸들은 돌아간다고?  모터가 연결돼서 스티어링 랙을 꽉 잡고 있는 상태라면 핸들 돌린다고 꿈쩍할 것 같은가? 웜기어나 헬리컬기어 이빨을 다 털어먹는다면 몰라도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현대/기아의 MDPS는 까야겠는데 근거는 명확하질 않으니 적당히 둘러댄 것은 아닐까.

물론 EPS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과부하가 걸렸을 때 핸들이 잠기거나 기어가 손상되지 않도록 피니언 기어와 헬리컬 기어 사이에는 Overload safety device가 마련되어 있다. 정확히 어떤 장치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클러치 비슷한게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물론, C-EPS 역시 이런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은 당연한 얘기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위 그림에서 피니언 기어를 스티어링 칼럼으로만 바꾸면 C-EPS이니까.

모 블로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EPS 구조에 따라 핸들 잠김이 나타나고 안 나타나고 한다면, 역시 그 블로그에서 R-EPS라고 이야기한, 실제로는 P-EPS를 사용한 크루즈 등등의 지엠 차량에서도 핸들 잠김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EPS 때문에 혹 핸들이 잠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로 키만 꽂고 제 자리에서 핸들을 힘주어 돌렸을 때 바퀴가 움직이는지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운행 중에 EPS가 먹통이 되더라도 적어도 그 정도 힘을 주어 핸들을 돌리면 조향이 된다는 얘기니까.

운행 중 핸들이 꼼짝을 하지 않았다면 EPS 보다는 차라리 스티어링 컬럼 락과 관련된 부분(스마트키, 이모빌라이저 등과 연동하여 핸들을 잠그는 부분)을 의심하는게 차라리 설득력있어 보인다. 아니면 어시스트가 상실된 핸들을 충분한 힘으로 돌리지 못했거나.


본 글의 요지는 현대/기아차의 MDPS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MDPS가 올라간 현대/기아차를 직접 운전해 본 경험도 없고, MDPS의 오동작으로 인해 운행 중 조향이 잘 안 되거나 핸들이 잠겨 사고까지 난 사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MDPS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잘못된 주장 혹은 정보가 사실처럼 여기저기 퍼져 나가 있는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주저리주저리 말은 많았지만 정작 내용을 요약하자면 지엠 차량에는 R-EPS가 아닌 P-EPS가 들어간다 그 쯤 될 것 같다.

* 지엠 차종은 독일 ZF Lenksysteme社의 Servoletric 브랜드의 EPS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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